※ 본 여행기는 2015년~2019년 1월까지 여행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0년, 1월까지만 하더라도 예상하지 못했다. 신종플루, 메르스 등을 보며 길어야 반 년이라 예상했던 안일한 생각은 보기 깨졌다.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집 밖으로 한 발짝을 내딛기 조심스럽다. 그래서일까? 지난 여행 사진을 계속 찾아보고, 랜선 여행기를 찾아보고..무엇인가 하고 싶어 <나'만'의 문화유산답사기>란 이름으로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교토여행 중 '도래인'이란 주제에 맞춰 묵혀둔 여행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본 시리즈는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일본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유홍준 교수처럼 시대 순으로 여행을 하면 좋겠지만, 뚜벅이 여행자로서는 동선이 한 없이 복잡해지는 한계가 있다. 뚜벅이 여행자에 맞춘 동선 기준으로 여행기를 진행할 이야기를 풀 예정이다.
<나'만'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첫 번째 장소는 교토역이다. 여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지도. 이 지역은 어떻게 생겼나?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이런 의문이 들 때 지도가 꼭 필요하다. 요즘은 여행일정을 짜주는 앱도 있고, 심지어 구글맵도 잘 되어 있다. 나는 구글맵을 믿다가 한없이 뺑뺑이 돈 경험 이후로 지도를 꼭 살핀다. (참고로 구글맵은 길을 잘못 갈 경우 이용자의 위치에 따라 다시 설정해준다. 길을 잃어버리면 뺑 둘러서라도 가게 만든다. 조심, 또 조심)
교토는 794년 이래 1869년 메이지 유신으로 동경으로 천도할 때까지 천 년 넘게 일본의 수도었다. 대한민국의 '경주'와 같은 위치.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본 따 만들어 북쪽에 궁성을 기준으로 중간에 큰 대로와 바둑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천 년동안 수도였던 지역답게 현재 남아있는 지역에도 당시 이름이 남아 있는데 이 중 '조(条)'라고 붙은 지역을 알면 교토여행이 보다 쉬워진다.
그 전에 현재 교토고쇼의 위치로 교토지도를 보기 전 옛 지도를 봐야한다. 저작권 문제로 나무위키에 연결된 링크를 첨부했다. 교토가 헤이안쿄로 불리던 때에 조성도이다.
http://www.city.kyoto.lg.jp/minami/cmsfiles/contents/0000010/10485/heian.gif
이 지도를 보면 궁성을 기준으로 메인도로가 있다. 오늘날의 교토고성과 위치가 다름을 알 수 있다. '오닌의 난'이 일어나면서 여러 사찰은 물론 궁성이 황폐해졌고, 옛 중앙대로에서 살짝 남동쪽으로 이동했다. 궁성이 이동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메인도로가 변경되었다. 교토역을 기준으로 한 지도상의 진녹색 길이 이동된 번화가 임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의 번화가는 사철인 '시조 가와라마치역'과 JR선이 있는 '교토역'으로 볼 수 있다.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조(条)'라고 붙은 지명은 이치조(一条), 니조(二条) 등.. 숫자와 함께 남아있다. 여기서 '조(条)'란 동서대로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나눈 길, 즉 세로로 나눈 길을 의미한다. 북쪽 관광지인 금각사, 용안사, 인화사, 아라시야마 등을 둘러보고 남동쪽의 번화가로 오는 과정에 특히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었다. 또 내가 남북으로 헤매고 있는지 동서로 헤매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그 전에 정말 많이 헤맸다.)
위 이미지에서 주황색 선으로 그은 곳을 유심히 보면, 해당 '숫자+조(条)'로 조합된 이름이 여전히 남아 있다. 금각사, 용안사, 인화사 등 부근에서 이치조(一条)가 시작되어, 교토역 주변은 하치조(八条), 구조(九条)라인이 형성되어 있다. 그 밑으로 쭉 11조, 12조..식으로 붙는데, 이 부근까지는 갈 일이 거의 없으므로 몰라도 된다. TMI. 교토가 확장되면서 길이 늘어난 흔적이다.
보통 호텔을 나나조(七条)나 하치조(八条)부근이나 교토역 주변으로 예약한다. 이 부근이 번화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지는 북동쪽, 남동쪽 등에 많이 있어서 한 번쯤은 호텔까지 올 때 시간이 많이 걸릴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아라시야마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오려면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약 20~30분이 걸린다. 이 개념을 몰랐을 때에는 버스를 타고 초긴장 상태에서 지도와 버스 속 안내전광판만 번갈아 봤다. 하지만 알고 난 이후 조금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인지 정확히는 몰라서 내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고 있구란 마음의 안도감이 생겼다.
동생들과 함께 교토여행을 했을 때이다. 아라시야마까지 구경하고 하치조 부근의 호텔로 돌아오는 길. 화장실이 급했던 막내동생은 언제쯤 도착하나 버스의 안내전광판만 보고 있었다. 그 중 나는 노곤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막내동생의 다급함을 느꼈을까? 잠시 잠에서 깼는데, 아직 시조(四条)라인까지만 온 것이다.
"아직 15분~20분은 더 가야해"
이 말만 남기고 다시 잠들었는데, 막내동생은 내가 얄미웠다고 한다. 교토란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대충 이해한 후라 가능했던 언니의 진심 어린 조언?!
이렇게 장황하게 교토지리를 말하면서 주제가 '교토역'인 이유. 간사이 공항에서 JR선을 타고 오거나, 오사카에서 사철을 타고 시조 가와라마치역에 내린 다 하더라도 여러 이유로 교토역은 스치고 지나간다. 교토역 부근에 위치한 상점에 간다거나, 호텔을 예약할 수 있다. 그리고 JR로 후시미이나리 신사로 갈 경우 들릴 수 있다. 그리고 교토역 앞에는 대형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이동하기가 편하다. 동선을 짤 때, 길을 잃어버렸을 때 '-조(条)'의 개념과 교토역이란 중심 지를 기준으로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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